그래서 다녀온 곳, Équihen 해변과 Hardelot 해변이에요.

사실 저는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차에 탔지만 결론적으로는 너무 좋은 바다를 만나게 되어서 참 좋았어요. 북쪽 도시라이미 날씨가 꽤 쌀쌀해져서 바다에 사람이 몇 없기도 했고, 해가 저물어갈 때 쯤 도착해서 눈이 황홀해지는 풍경이기도 했거든요. 여름에는 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되는 것 같은데, 다음 여름 바캉스에 불로뉴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한 번은 여기서 여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답니다. 여름의 북프랑스 휴가, 저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제 드디어, 12시간의 여정 이야기를 할 때가 왔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좀 힘들었어요. 물론 저는 12시간 중 단 한 순간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습니다만, 저도 저 나름대로의 어떤 고충이 있었달까요?

제가 저번 편지에서 ‘저는 비행 시간 내내 자는 타입의 사람’이라고 적었던 부분, 기억하시나요? 전 제가 그렇게 깊이 잠들 수 있는 게 멀미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비행기나 배 멀미는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아, 나는 멀미를 안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기서 간과한 점이 있는거죠. 그럼 차 멀미는? 제주도로 이사한 이후, 아무리 길게 차를 타봐야 두 시간을 넘기는 일이 잘 없었거든요. 그래서 미처 차 멀미를 (제대로) 느껴볼 기회가 없었던 거죠.

양심선언 합니다. 저는 차 멀미를 하는 것 같습니다. 출발하고 딱 두 시간 정도를 넘어가던 시점에 알게 되었어요. 울렁거리는 속을 잠재우려면 방법이 딱 한 가지 였는데, 바로 ‘잠 자기’ 였습니다. 이제 저는 ‘혹시… 비행기를 탔을 때도 내가 멀미를 해서 자꾸 잠을 자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살게 되었어요. 다음에 한국에 돌아가거나, 비행기를 탈 일이생긴다면 제 자신을 한 번 시험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있어 툴루즈의 첫인상은 ‘드디어 다 왔다!’ 가 되었어요. 이정표에 적힌 8글자가 얼마나 반갑던지, 멀미도재쳐놓고 허리까지 곧게 펴고 앉았답니다. 숙소로 떠나는 가족들을 배웅하고 나서 매번 화면으로만 보던 ‘우리집’에 실제로 들어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지럽고, 훨씬 아늑했어요. 물론 두 사람이 가져온 짐들이 가득 쌓여서 발 디딜 틈도 거의 없었지만, 꿋꿋하게 설레는 마음으로 잠들었답니다!

다음 편지부터는 정신 없고 어지럽지만 즐거웠던 툴루즈 적응기와 지난 이주간 다녀온 이곳저곳을 함께 담아 보여드릴게요.

이번 한 주도 빈틈없이 행복하시길 바라며, 다음주에 만나요!

툴루즈의 따뜻한 햇살을 담는 마음으로,

리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