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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떨리는 마음을 담아 첫 인사를 건넵니다.
주간 메일링 '매일리원'으로 여러분과 만나게 되어 설레고 떨리면서도 기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커다란 반가움과 설렘을 담아 님을 환영합니다!🎉
지겹도록 길었던 비자 준비를 마치고 나니, 출국일은 무서울 만큼 빠르게 다가온 것 같아요. 이렇게 준비해서 언제쯤이나 비행기를 탈까, 싶던 날들이 무색하게도 저는 인천공항 라운지에 앉아 여러분들께 보내드릴 첫 인사를 떨리는 마음으로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덩그러니 앉아있자니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새로운 삶의 얼굴을 마주하는 설렘으로 그를 마음 밖으로 밀어내고 있어요. 자라는 일은 어째서 매번 이리도 고단할까요? 요 아침에 캐리어를 옮기다가 삐끗한 허리가 여전하게도 멍하니 아려옵니다.
저는 내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는 시간에 (마침내) 비행기를 타는데요. 아무래도 제주에 살다보니 출국일 하루 전에는 올라와야 수속 시간이 느긋하더라고요. 저번에 파리로 가던 날에도 같은 이유로 본의아니게 공항에서 노숙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이렇게 매번 노숙을 하다보면 곧 공항 노숙의 달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돌침대보다 단단한 벤치에 지친 몸을 누일 생각을 하니 제법 절망적이지만요. 그래서 이번에는 저번처럼 길고 긴 노숙의 밤이 너무 지루하지 않도록 뜨개질 거리를 약간 가져왔어요. 코바늘로 열심히 백팩을 뜨고 있는데 언젠가 완성하게 된다면 꼭 보여드릴게요. 혹시 코바늘이 질리는 경우를 대비해서 대바늘로 뜰 목도리 감도 가져왔답니다. 이걸 다 뜨려면 오늘 잘 시간이 있을까 모르겠네요.
"하필 가도 추운 겨울에 가니. 마음까지 추워지기 쉬운 계절이니만큼 따뜻한 사람들 속에, 가장 가운데에 끼어서 살았으면 좋겠다. 추워질 수 조차 없게끔."
오늘 아침에 동생이 헤어지기 직전. 제 손에 쥐어준 편지에 적혀있던 문장이에요. 작별은 왜 이렇게 매번 힘이 드는지, 다만 서로가 없는 곳에서 언제나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온 마음으로 바랄 뿐이겠지요. 너무도 많은 고마운 이들의 축하와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오른 길이기에 제게는 엄살을 피울 여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고마운 마음들을 잘 간직하면서, 저는 프랑스 남쪽의 어딘가에서 따뜻하고 소박하게,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볼게요.
그러니 우리, 매주 여기에서 만나요!
Gros bisous, salut!
인천공항의 구석에서,
리원 드림.